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본문: 마3:1-4

2014년 11월 23일

Christ Covenant Church 주일학교 예배

한재일

 

이제까지 예수님의 유아 시절 이야기가 나오다가 3장에서 갑자기 세례 요한이 유대 광야에서 사역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례 요한이 관례를 따라 30세에 사역을 시작했다고 하면 이 때는 예수님께서 사역을 시작하기 6개월 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례 요한이 예수님보다 6개월 일찍 태어났기 때문입니다(눅1:36). 우리가 곧 알게 되겠지만 세례 요한은 예수님보다 먼저 사역을 시작해서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유사 이래 태어난 사람들 중에 세례 요한이 가장 큰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11:11).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 사역을 시작할 때 처음 선포하는 말은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말이 그의 사역의 핵심을 나타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이 사역을 시작하면서 외친 첫 마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2절). 천국이 가까이 왔으니 천국을 맞이하려면 회개하라는 선포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이 선포하는 천국의 개념이 보통 크리스천들이 생각하는 천국의 개념과는 뭔가 달라 보입니다. 크리스천들은 보통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세례 요한은 천국은 저 멀리 다른 차원의 어딘가에 있는, 우리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이 땅에 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천국이 이 땅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그들은 이 땅은 불 타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원히 살 천국은 다른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천국이 임한다는 것의 의미는 이 땅에 천국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신자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의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려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천국을 분명히 장소로 묘사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천국에 들어간다’는 표현을 쓰심으로써 그리고 ‘사람들이 천국에 앉는다’는 표현을 쓰심으로써 천국이 상태가 아니고 장소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5:20; 7:21; 8:11). 그러니까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도 아니고 우리 마음에 임하는 어떤 상태도 아닙니다.1 천국(天國)은 이 땅에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말 뜻 그대로 하나님께서 계신 하늘의 원리에 따라 이 땅에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하늘은 하나님의 사랑, 정의, 평화 등의 원리에 따라 다스려지고 있는데 그 원리에 따라 이 땅에 이루어지는 나라가 바로 천국입니다.

세례 요한은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여전히 천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여전히 미움과 불의와 싸움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깁니다. “그 때 천국이 임했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의문이 해결되려면 우리는 세례 요한이 선포한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외침의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마태는 이렇게 외친 세례 요한을 이사야 선지자의 글을 인용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가 오실 길을 곧게 하라’ 하였느니라.” (3절).

이 구절은 이사야 40장 3절에 나오는 말씀인데 그 배경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갔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돌아오는 상황입니다. 유다 왕국은 하나님께 반역하고 언약을 어겨서 바벨론에 멸망 당하고 백성들은 바벨론에 끌려 갔습니다. 그리고 에스겔서에 따르면 하나님도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서 바벨론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스라엘 사람들의 노역이 끝났으니(사40:2) 하나님께서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오시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이 예전처럼 죄악으로 물들어 있으면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떠나실 수밖에 없게 만든 그 죄성이 사라져야 합니다. 그들의 마음이 정결하게 되어야 합니다. 즉 회개해야 합니다. 이것을 이사야서는 바벨론과 이스라엘 땅 사이에 있는 광야에 곧은 길을 낸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에서 이스라엘 땅으로 문제없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그 광야에 곧은 길을 낸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례 요한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라고 외치는 목적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회개해서 하나님께서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천국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회개와 천국의 도래를 외치는 세례 요한의 모습을 마태는 이례적으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었더라”(4절). 성경은 더 중요한 존재인 예수님조차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성경이 세례 요한의 모습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세례 요한의 모습은 그의 털 옷과 가죽 띠입니다. 옛날의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가 털이 많은 사람이었고 가죽 띠를 띠고 다녔기 때문입니다(왕하1:8). 그러니까 세례 요한이 낙타 털 옷을 입고 가죽 띠를 띠고 다닌 이유는 자신을 보고 사람들이 엘리야를 떠 올리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도 세례 요한을 엘리야라고 하셨습니다(마11:14). 그런데 말라기에서는 하나님께서 선지자 엘리야를 보내실 것인데 그가 하나님 앞에서 길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말4:5; 3:1). 그리고 이 말씀들은 세례 요한이 주의 길을 준비한다는 오늘 본문 3절의 말씀과 일치합니다.2

그러므로 세례 요한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로 돌아오시도록 길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천국은 하나님께서 돌아오셔서 세우실 나라입니다. 하나님께서 왕이 되어서 다스리실 나라입니다.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이렇게 ‘돌아오셔서 왕이 되시는 하나님’이 가리키는 분은 예수님입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때도 왕은 있었습니다. 그 왕들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존재들이었습니다(대하13:8). 그러나 그들은 타락한 아담의 죄성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나라는 여전히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 일으키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둘째 아담이신 예수님께서 다스리실 나라는 다릅니다. 그 분은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왕 즉 하나님-인간이신 왕이기 때문에 그 분의 나라는 이전의 이스라엘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하늘 나라(천국)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래서 신약에는 구약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하늘 나라’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이 무수히 등장합니다.3

물론 예수님께서 오셔서 이루신 나라는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 분이 구약의 왕들처럼 불완전한 왕이시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분이 우리를 훈련시키셔서 자신의 나라를 같이 다스리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계22:5). 자신의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같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가 온갖 죄악과 실수를 저지르는 데도 오래 참고 기다리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분의 인내 있는 훈련을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마치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게 될 때에는 그 분의 나라가 완전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례 요한의 외침,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가 궁극적으로 가리킨 것이었습니다.

1 크리스천이 죽어서 가는 곳을 성경에서는 ‘하늘’이라고 말한다. 천국(天國)은 ‘하늘 나라’이므로 ‘하늘’과는 다른 곳이다. 죽은 신자들은 하늘에 있다가 예수님 재림 때에 부활해서 그 때 이 땅에 완전하게 이루어질 천국에서 살게 된다.

2 여기서 ‘주’는 하나님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사실은 원문인 이사야 40장 3절에서는 ‘주’가 야훼로 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구약의 헬라어 역본인 칠십인역은 ‘야훼’를 번역할 때 ‘주’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마태는 칠십인역을 따라 ‘야훼’대신 ‘주’를 사용했다.

3 구약에는 ‘여호와의 나라’라는 표현은 있지만 ‘하늘 나라’나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여호와의 나라’라는 표현도 찾아 보기 어렵다.

1 thought on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1. 세례 요한의 엘리야 코스프레 ^^ 흥미롭네요.

    평소에 왜 그 많은 선지자 중에 엘리야를 이야기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단번에 궁금증 해결!!!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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