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요셉

본문: 마1:18-25

2014년 9월 21일

Christ Covenant Church 주일학교 예배

 

오늘 본문에서는 세상의 구주가 되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어떻게 태어나셨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꽤 있습니다. 처녀가 임신한 것이야 당연히 우리의 이해를 초월한 것이고, 그 밖에도 약혼한 관계일 뿐인데도 약혼녀를 아내라고 부르는 등 우리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우리가 당시의 유대 결혼 문화를 이해하면 자연히 해소됩니다.

먼저, 우리 개역개정판 성경에서는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을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그들이 한 것은 우리가 요즘 하는 약혼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약혼을 하더라도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부릅니다. 그러니까 당시의 약혼은 요즘의 약혼보다는 더 구속력이 있는 강한 의식절차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성경은 그것을 정혼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혼(定婚)이 약혼(約婚)보다는 더 나은 개념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정혼은 우리 나라에서 전에 했던 정혼과도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단어 중 정혼이란 말이 그 당시의 의식을 가장 가깝게 나타내 주기 때문에 정혼이란 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유대인들은 자녀가 나이가 차면 부모가 주도해서 자녀를 정혼시켰습니다. 배우자를 고를 때 자녀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부모의 뜻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결혼은 대체로 정혼한지 1년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일단 정혼을 하면 결혼하기 전이라도 이들은 부부로 간주되어 남편과 아내로 불렸습니다.1 그래서 이들은 남편과 아내로서 성적 순결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편과 아내로 불리는 이들이 같이 살 수는 없었습니다. 같이 사는 것은 결혼한 후에야 가능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의 정혼은 남편과 아내의 결합이기는 했지만 결혼 때 이루어질 완전한 결합에 못 미치는 불완전한 결합이었습니다. 정혼 당사자들은 이미 부부가 되었지만 완전한 결합인 결혼을 준비하는 불완전한 결합의 부부이었습니다. 이미 부부이었기 때문에 부부로서 순결을 지켜야 했지만 아직 부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완전한 결합인 성적 결합은 할 수 없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이러한 제도는 우리에게 아주 이상해 보입니다. “부부이면 부부지 아직 부부가 아니라는 건 또 뭐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제도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혼 관계를 잘 설명하시기 위해서 만드신 훌륭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초림 때 예수 그리스도와 결혼을 해서 예수님은 ‘신랑’, 우리(교회)는 ‘신부’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재림 때 그리스도와 다시 결혼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두 번 하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풍습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예수님의 신부이기 때문에 정절을 지켜서 다른 신들을 섬기면 안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과의 두 번째 결혼 때까지는 예수님과의 완전한 결합의 축복을 아직 누리지 못합니다. 신랑과의 완전한 결합을 기다리는 유대 신부처럼 우리도 신랑과의 완전한 결합을 기다립니다.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탁월한 신학적 개념인 ‘이미 그러나 아직’의 개념이 유대인의 결혼 제도에 이미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정혼한 후에 신부의 부정이 밝혀지면 신랑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혼했을 때에 신부 측에 지급한 신부 값도 돌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요셉은 마리아가 임신한 것이 성령님의 잉태로 된 것임을 모르고 있었던 듯 보입니다. 마리아야 가브리엘이 알려 줘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일이 없었던 요셉은 그냥 정혼 상대인 마리아가 어떤 남자와 일을 저질러서 임신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는 마리아와 동침한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생각이지요. 그래서 요셉은 마리아와 이혼하기로 결심하는데 이혼을 사람들 몰래 하려고 합니다. 이혼을 드러내 놓고 하면 마리아가 크나큰 수치를 당할 테니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몰래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몰래 하면 사실 신부값도 못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신부를 위해서 몰래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이러한 태도를 보고 그를 의로운 사람이라고 칭합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은 보통 ‘의롭다’라는 것이 율법을 잘 지키는 것을 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수님 당시에 유대인들이 율법을 다 지켜서 의로와지려고 했는데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었고, 따라서 예수님께서 오셔서 율법을 다 지키심으로써 완전한 의를 이루셨으며 우리가 예수님을 믿을 때 우리는 그 의를 힘 입어서 의롭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의를 하나님의 사랑과 대비시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안에 대비되는 속성으로서 의(공의)와 사랑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십자가 상에서 예수님께서 죽으실 때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인류의 죄를 물어서 심판하신 것은 공의이고 그 대속적 죽음을 통해서 우리를 구원하신 것은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의(공의, 정의)는 어떤 사람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것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2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도 요셉이 율법대로 이혼을 하려고 하는 것을 의라고 말하고 있지 않고 이혼을 몰래 하려고 하는 것을 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부정을 저질렀다면 요셉이 마리아와 공적으로 이혼하는 것은 전혀 율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요셉이 비난 받을 일이 전혀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가 손해를 보면서도 상대방에게 긍휼을 베푸는 것을 성경은 의(정의, 공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혹한 법 적용이 아닌 관대함을 의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요셉이 마리아와 이혼하려고 하고 있을 때, 주님의 사자가 나타나서 마리아의 잉태는 부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성령님에 의한 것임을 알려 줍니다. 이에 요셉은 마리아를 데려와서 결혼하고 같이 삽니다. 그러나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기서도 요셉의 신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정한 짓을 저질러서 아이를 임신했다고 오해 받을 수 있는 여자와 결혼해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에야 좀 다르지만 당시에는 명예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였습니다. 당시로서는 부정을 저지른 아내와 산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수치였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이런 어려움을 받아 들였습니다. 부당하게 모욕을 당하고 있는 아내와 같이 손가락질을 당하는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셉은 예수님이 태어날 때까지 마리아와도 동침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풍습을 생각하면 요셉과 마리아는 십대 후반 아니면 이십대 초반이었을 것입니다. 정욕이 불같이 타는 나이에 한 집에 살면서 금욕을 실천하기란 굉장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관계를 가져도 되는 합법적인 부부였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예수님께서 자기가 아닌 성령님의 잉태로 태어났다는 진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그 모든 욕구를 참았습니다. 이러한 요셉의 신앙으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교리가 지켜진 것입니다. 이러한 요셉의 의와 신앙은 결혼윤리와 성윤리가 타락해 가고 있는 요즘 세태에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귀감이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불이익을 무릅쓰고서라도 아내의 잘못을 몰래 처리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아내를 위해 세상과 맞설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 성적으로 순결을 지키고 있을까요? 더 나아가서 우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하고 그들을 도와 주는 의를 실천하고 있을까요? 세상에서 부당하게 버림 받아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들을 품고 세상과 맞서고 있을까요?

1 그래서 이들이 헤어지는 것은 파혼이 아니고 이혼이었음.
2 같은 단어를 한글 성경은 이렇게 다양하게 번역하고 있음.

1 thought on “의로운 요셉”

  1. 요셉의 재발견입니다.
    제가 여자이기에
    여자로서 마리아의 입장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는데
    요셉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전혀 달라 보이네요.

    여전히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좁은 견해를
    반성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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